박갑주교수, 자율주행차가 가져올 미래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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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국내에서도 인기를 누렸던 ‘전격 Z작전’이라는 미국 드라마가 있었다. 이 드라마 속의 ‘키트’는 주인의 요구대로 자율주행을 하는데, 그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자율주행차가 도로를 누비는 시대가 되었다. 글로벌 IT회사와 자동차 회사는 앞다투어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있다. 구글이 개발한 자율주행차가 2012년 5월 무인 상태로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2012년 8월에는 구글의 프로토타입 무인자동차 플릿(fleet)이 미국의 공공도로를 30만 마일(약 48만km) 이상 달렸다. 이는 지구를 약 12바퀴나 돈 거리에 해당한다.
싱가포르에서는 현재 택시 이용자를 대상으로 자율주행 택시의 테스트가 이뤄지고 있다. 스웨덴의 자동차 메이커인 볼보도 4년 후에는 완전한 자율주행 자동차를 판매하겠다고 한다. 또, 메르세데스 벤츠는 3년 안에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이 외에도 포드, GM, 애플, 테슬라 등 다양한 자동차 제조사와 IT 기업들이 자율주행 자동차 및 시스템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자율주행이란 이동체에 설치된 각종 센서, GPS, 카메라 등으로 주행에 필요한 정보들을 수집하고 분석해 이동체 스스로 운전자의 조작 없이 목적지까지 주행하는 것을 뜻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ISA)에서 정의한 자동차의 자동화 단계는 크게 4단계의 라벨로 구분된다.
라벨 1은 AEB와 선행 차량과의 차간 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달리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을 이용한 부분적 자율주행 기술이다. 이 기술은 이미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차에도 탑재되기 시작했다. 라벨 2는 라벨 1의 기능에 더해 핸들 조작까지 일부 자동화되는 단계다. 고속도로 같은 제한된 조건에서의 자율주행이 이 단계에 해당한다. 테스라나 벤츠는 이미 라벨 2 단계의 도로 주행까지 성공적으로 마쳤다.
라벨 3는 사실상 운전자의 조작이 거의 필요 없는 ‘핸즈프리(Hands Free)’ 단계다. 그러나 긴급 상황에서의 핸들과 브레이크 조작은 운전자가 수행한다. 라벨 4는 운전자의 개입이 불필요한 완전 자율주행 수준으로 ‘아이즈프리(Eyes Free)’ 단계다. 목적지만 입력하면 운전자의 조작 없이 출발지에서 목적지까지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다. 안전에 대한 모든 책임도 자동차의 몫이다.
맥킨지 컨설팅에 의하면 자율주행차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는 시점은 2020년부터이고 2035년에는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 규모가 약 743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세계 3대 시장(북미·서유럽·아시아)에서의 자율주행차 보급 규모는 2020년 8,000대에서 2035년 9,540만대로 자율주행차 시장규모는 연평균 8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나라는 미국, 영국, 중국이다. 미국은 2011년 네바다주에서 자율주행차의 도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세계 최초로 통과시켜 구글 무인자동차 도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했고 영국은 2015년 자율주행차 운행법을 제정하고 2017년엔 자율주행차량 사고 관련 보험 규정도 도입했다.
중국은 자율주행차의 상용화와 자율주행 도시 구축을 목표로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 이른바 BAT가 자율주행차 산업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보스턴 컨설팅은 2035년 1,200만 대의 전 세계 자율주행차 판매량 중 1/4 이상이 중국에서 판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5년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52%가 자율주행 택시를 타겠다고 응답한 반면, 중국인은 75%인 것으로 나타났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는 교통과 운송 산업뿐만 아니라 관광, 문화, 유통, 제조, 에너지, 부동산 등 모든 산업 분야에서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면 운전자가 자동차에서 이동하는 시간 동안 업무를 보거나 영화관람 등 취미활동을 할 수가 있다. 장시간 이동에 대한 부담이 적기 때문에 도시 외곽에 주거하는 사람이 늘면서 도심과 외곽의 부동산 가치 변화가 생기게 될 것이다. 이동의 부담이 적다면 굳이 비싼 도시에 거주할 이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이슈와 함께 우버와 같은 공유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주차장을 집집마다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어지고 주차장의 필요성이 줄어들 것이다. 이는 아파트 주차장뿐만 아니라 도심에 있는 주차장 부지들이 다른 용도로 개발될 수 있게 된다. 현재 미국의 경우 도시 면적의 3분의 1가량이 주차장이다. 영국에선 무인차가 보급되면 런던 면적의 16%가 재개발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왔다.
현재 자동차 운행률(전체 시간 중 실제 운행시간)은 5~10%에 불과하다. 구글은 자율주행차 보급으로 이 수치가 75%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 출근할 때 타고 나간 차가 스스로 집에 돌아와 자녀의 등·하교나 다른 가족의 일을 도울 수 있다. 미국 텍사스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 차량의 10%만 무인차로 바뀌어도 연간 370억 달러(약 43조 원)가 절약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뉴욕시에 무인 택시가 도입되면 현재 1마일당 4~6달러(4,680~7,000원)인 택시 요금이 10분의 1 수준인 1마일당 40센트(468원)까지 내려갈 것이란 예측도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입 이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를 줄이는 것이다. 2016년에 발생한 구글 무인자동차 사고는 신호를 무시하고 달려온 밴과 충돌한 것인데 이는 무인자동차에 신호위반을 하는 사람에 대한 매뉴얼이 아직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센서를 통해서 정보를 교환하면서 운전하는 자율주행차가 건강이나 정신상태에 따라 변하는 사람 운전자보다 더 안전할 수 있다. 그래서 일부 도로에서는 사고 방지를 위해 자율주행 운전이 의무화되고 일부구간의 경우 자동차 운전이 법으로 금지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세금 측면에서는 교통위반과 관련된 준조세가 급감할 것이다. 자율주행 자동차에게 교통위반이 있을 이유가 없고, 오히려 보험회사의 영역이 더 커질 것이다. 종합보험에 자율주행 보험이 추가되고 자율주행차의 사고율이 매우 낮을 것이기 때문에 사람이 운전할 경우 보험료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앞으로는 직접 운전을 하려면 정해진 곳에서 취미생활로 즐겨야 될지도 모른다.
일부에서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의 도입이 생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사람들이 자율주행차로 쉽게 바꿔 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국토가 넓은 미국과 같은 나라에서는 오토매틱 차량이 쉽게 보급되었지만 운전거리가 길지 않은 유럽에서는 아직도 10%를 넘지 않는다. 사람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운전하는 자체가 취미나 즐거움의 대상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운전하는 즐거움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윤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사람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자율주행차에게 윤리적인 선택 기준을 정해준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20명을 승객을 태운 자율주행 버스 앞에 갑자기 사람이 뛰어들었다고 가정할 때 차가 급정거를 하면 뛰어든 사람 1명이 죽고, 우측으로 방향을 틀면 길가에 있던 3명의 보행자가 죽고, 좌측으로 방향을 틀면 건물에 부딪혀 버스에 탄 승객이 죽는다면 누구를 희생시키는 것이 옳은 일인지 인간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자율주행 자동차 산업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최대한 일반 차량과 다름없는 외관을 갖추기 위해 주요 센서들을 차량 내부에 설치했다. 또 시장 판매를 목적으로 한다면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내놔야 하기 때문에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달하는 레이더 기술 대신 저렴한 10만~20만 원대 레이더 센서를 활용해 자율주행을 시험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부터 자율주행 기술 연구를 시작, 2016년 국내 최초로 도로 시험주행이 가능한 면허를 취득했다. 또 미국 네바다주에서 제조사로는 처음으로 모든 도로와 기후환경에서 주행시험을 할 수 있는 면허를 취득했다. 특히 CES 2017에서는 야간도로 환경을 포함한 도심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여 많은 세계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는 2017년 2월 자율주행차 연구 개발을 전담하는 ‘지능형안전기술센터’도 신설했다.
네이버랩스(Naverlabs)는 사내에 모빌리티팀을 신설, 미래 이동성을 개선하고 도로 환경을 정보화하는 것을 목표로 자율주행,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에 대한 다양한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국토부는 통제된 상황에서 안전하게 반복실험이 가능한 자율주행차 실험도시 ‘케이-시티(K-City)’를 경기도 화성시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 내에 32만㎡(약 11만 평) 규모로 실제 고속도로, 교차로 등을 재현한 5종류 환경과 실험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여러 전문가들은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는 시점을 2020년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0년은 이제 2년 밖에 남지 않았다. 자율주행차가 도입되어 바뀌게 될 미래의 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비즈니스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것이 시대를 앞서가는 리더가 할 일이다.
출처 : 내외통신(http://www.nw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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